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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the era of conviction.

kimmu 2026. 6. 6. 00:16

당신은 차등권력을 맞출 수 있나?

반도체 주식이 최고가를 치는 와중에, 거품이다 아니다 말이 많다. 근데 난 그 논쟁 승패엔 별 관심 없다. 내가 꽂힌 건 그게 가리키는 한 문장이다.

산업의 확장은 막을 수 없다.

막으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EUV를 막아도, 제재를 걸어도, 기술은 퍼진다. 느리게든 빠르게든, 우회로로든 정공법으로든. 확산을 영원히 틀어막은 봉쇄는 역사에 없었다. 화웨이 얘기의 진짜 교훈은 지정학이 아니다. 기술은 결국 갭을 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갭이 닫힌다는 건,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해온 게임 하나가 끝나간다는 뜻이다.

arbitrage라는 황금기

지난 수십 년, '똑똑하다'는 말은 사실상 arbitrage랑 같은 뜻이었다.

갭을 찾아라. 가격의 갭, 정보의 갭, 규제의 갭, 지역의 갭, 인재의 갭. 그 스프레드를 먹어라. 방향엔 걸지 마라. 틀리지 않으면서 버는 법. 그게 영리함이었다.

컨설턴트, 애널리스트, 퀀트, PE. 제일 많이 보상받은 사람들은 대체로 방향에 걸지 않고 베팅한 사람들이었다. 비효율을 찾아냈고, 그 갭이 살아있는 동안 수확했다. 누가 맞는 방향인지 선언할 필요가 없었다. 갭만 있으면 됐으니까.

이게 왜 동작했는가. 세상에 갭이 많았으니까. 정보는 비대칭이었고, 접근은 불균등했고, 분석은 비쌌다. 그 불균등이 arbitrage의 먹이였다.

그 먹이가 사라진다

기술 확산이 하는 일이 딱 이런 것이다. 갭을 닫는다.

AI가 제일 먼저 죽이는 게 정보 arbitrage일 것이다. 다들 같은 모델, 같은 데이터, 같은 분석을 같은 순간에 쥔다. 며칠 붙잡고 만들던 엣지가 이제 프롬프트 한 줄이다. 우리가 먹던 스프레드가 compute 속도로 0에 수렴한다.

평균은 공짜가 됐다. 합의는 실시간으로 배포된다. '남보다 조금 빨리, 조금 더 정확히 안다'로 먹고살던 일들이, 그 '조금'이 0으로 깎이는 걸 지금 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갭이 닫히면 arbitrage는 죽는다. 그럼 보상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conviction의 귀환

갭이 사라진 세상에서 돈 버는 길은 딱 하나 남는다. 틀릴 수도 있는 방향성 베팅.

비효율을 수확하는 게 아니라, 아직 아무도 합의 안 한 방향에 걸고 맞히는 것. 헤지가 아니라 conviction이다. 이걸 새로운 시대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차라리 돌아온 시대에 가깝다.

arbitrage 황금기는 인류사의 기본값이 아니었다. 갭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짧은 막간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 막간이 닫히면 우리는 더 전통적인 상태로 돌아간다. 방향을 안 걸면 아무것도 못 얻는, 원래 그랬던 세상으로.

그리고 이 세상의 보상은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

arbitrage 시대 수익은 얇고 넓었다. 영리한 다수가 작은 스프레드를 나눠 가졌다. conviction 시대 수익은 두껍고 좁다. 방향 걸고 맞힌 소수에게 power-law로 터진다. 건 사람과 걸지 않은 사람의 갭이 폭발적으로 벌어진다.

이 벌어지는 격차를 나는, 그리고 권력자본론은, 차등권력이라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뭘 택할 것인가

이제, 정말 불편한 얘기를 해보자.

학교는 틀리지 말라고 가르쳤다. 회사는 균형을 보상했다. "한쪽으로 안 치우친다"는 게 성숙의 증거였다. 평생 갭 줍는 훈련만 받았지, 방향 거는 훈련은 받아본 적이 없다. 우리같은 risk averse 이론의 사생아들은, 헛된 유령을 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데 갭이 닫히고 있다. 주워도 주워도 손에 남는 게 없다. 균형 잡힌 똑똑함의 시장가가 무너지고 있다.

여기서 선택지는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나. 사라지는 갭을 남보다 빨리 줍는 경쟁에 남는다. 점점 얇아지는 스프레드를 더 영리하게 좇는다. 익숙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끝내 말라붙는다.

. conviction을 습득한다. 방향을 걸고, 공개적으로 틀릴 위험을 지고, 그 베팅에 책임진다. 평생 피하라고 배운 바로 그것을.

conviction의 시대에 차등권력은 후자한테만 흐른다.

근데 진짜 문제는 이게 능력 문제가 아니란 거다. 대부분은 방향 걸 줄 몰라서 베팅하지 않는 게 아니다. 틀리는 게 무서울 뿐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야말로, arbitrage 시대가 우리한테 물려준 제일 비싼 유산이다.

오늘 출렁인 코스피는 그러한 시대의 대표적인 표상이라고 볼 수 있다. 지수는 결국 모두의 conviction을 합산한 가격이다. 그게 매일 출렁인다는 건, 그 conviction이 그만큼 얇다는 뜻이다. 진짜로 방향을 건 포지션은 하루 만에 뒤집히지 않는다. 매일 뒤집히는 건 방향이 아니라 불안이다. 그리고 지배적 권력은, 적어도 권력자본론에 따르면, 항상 그 권력이 위험에 처했을 때 short-sighted 되는 법이다. 이야말로 모두에게 평등한 conviction의 시대가 아닌가?

이 글도 중국 반도체 기사 하나 보다가 쓰기 시작했다. 근데 쓰다 보니, 화웨이가 EUV를 뚫느냐 마느냐는 애초에 내 질문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막을 수 없는 게 오고 있다는 신호였을 뿐이다.

기술 확산은 막을 수 없다. 갭은 닫힌다. arbitrage는 끝나간다. 이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떤 conviction을 가질 것인가?